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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이 더 외롭게......
내가 그대를 부르메 그대는 날 외면하였고 내가 그대를 쫓으메 그대는 날 달아나 버렸고 억수로 큰 그리움에 허연 허벅지를 붉게 찔렀고 이제사 잊을만 하여 신발을 조인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구경이라도 하려고 부질없이 또 생각이 나면 어느 기념을 곡괭이로 파버리더라도 저 생떼같은 나의 ..
2009.12.22 -
산이 좋아 불도장도 나중이네.
꾀를 내다가도 일년 이맘 때면 기필코 날카로운 갈퀴를 달고 백기를 든 곱사등 수리산 태을봉에 올라 사방 육십리 쯤 내다 본다. 다 보이지는 않으나 동, 동북에 청계산 관악산 저 끝 남쪽 수원넘어 광교산 서쪽 안산을 터버리고 시화호 서해 대부도 눈길 모두어 밟고 정복한 수리산 정상 안녕하세요 ..
2009.12.22 -
아무 실속 없는 삶의 무게만 지워.
내가 남겨 놓지 않은 것들이 나의 꼬리표를 달고 취조 하듯 우악스럽게 군다. 뭘 어쩌라구 그러는지...... 나는 여자가 되기 싫어 남자로 태어난 걸 후회한다. 이것도 내 탓인가 내가 어디서 왔는가 이것이 잘못인가. 안되는 것도 되는 것도 모두가 상관없는 내팔자란다. 정말 웃긴다. 내이름을 갈겨 내..
2009.12.22 -
용기.
사각거리는 겨울이 한뼘 부풀은 땅속에서 얼음집을 짓고 졸졸졸 조금씩 녹아 동치미 국물이 새어 나온다. 땅에 붙은 겨울풀이 한뼘깊이 터를 잡고 동장군에 가녀린 칼을 빼들어 칼바람 무색케 생명에 신념을 돋우고 있다. 나는 나약하면 안되 한뼘 부풀은 땅속에서 얼고 녹이고 죽어라 땅에 붙어 나는..
2009.12.22 -
태백에 가면 났겠는데......
나는 지금 몹씨 아프다. 신들린 사람처럼 아니면 광기든가 태백에 가면 났겠는데...... 백설 산정을 돌아 나오는 바람으로 시커먼 하늘을 하햫게 행궈내는 경이로움 그 하얀 물맛은 묘약이고 용의 뿔과 같은 나목의 뼈다귀와 분간할 수 없는 수백 수천의 대간 준령 백사등이 휘감아 꿈틀대는 하늘 접경 ..
2009.12.22 -
세속 모두가 뼈저리게 아프다.
거꾸로 서서 쏟아지지 않는 바다를 딛고 유빙의 별을 본다. 차디찬 은회색 별빛을 보며 얼음 같은 결빙이 인간의 자아란 말인가. 세속에 깊은 바다가 있는 걸 미처 깨닫기 전에 얼어붙어 버린 사뭇힌 정 숫사자 같은 갈기를 쓰고 허세를 부리지만 진정한 용기가 없었다. 저도 저를 모를 가슴속 구멍으..
2009.12.21 -
꾸짖다 웃으시던 어머니......
새총나무 쥐똥 열렸다. 쥐똥나무 새총 버러졌다. 미운놈 저지레는 하루가 머다 않고 고쟁이 고무줄 싹뚝 잘라다 새총 가랭이에 묶어서 쥐똥이나 쏘고 다니며 방글방글 웃는 놈을 때려줄 수도 없고 나이 먹어 철들겠지 꾸짖다 웃으시던 어머니...... 2009. 12. 18. 황작 [새총나무=쥐똥나무] 시골 텃밭 울타..
2009.12.18 -
아버지 사십구제.
생강나무 꽃 피어 지바귀 앉거던 노란 귓볼에 나비 달아서 찌릇 녹는 햇살 아래에 아지랭이 잔뜩 지펴 춘심을 들려드리리라. 벌써 가신 어른 사십구제 이 겨울이 내게는 모질고 길기만 하여 어디고 마음 붙일 데 없으니 꼭꼭 숨어 부지한 후 봄오면 푸른 떼를 보살피며 시름을 달래리라. 2009. 12. 18. 황..
2009.12.18 -
어머니 일신평안을......
장독위 청수 한 그릇 떠 놓고 비나이다. 부정타지 않은 기운이 그릇에 담겨 둥글게 울린다. 우주를 품은 작은 원이 타래를 풀어 소원을 듣는다. 어머니 그 말씀대로 되었나요 아니 되었지요. 이 몸이 못나 송구한 마음 무거워 몇번을 깨어나 봅니다. 이제는 어머니 일신평안을 아들이 비나이다. 2009. 12. ..
2009.12.18 -
또 오라면 아니 올 거 면서......
또 오라면 올까 아니 올란다 그날 가는 날 다짐할란다 아니 오리라 육신이 없는데 뭘 오겠나 그래도 돌아 봐질까 아닐게다 사는 동안을 흡족하고 남기지 말어라 아쉬움이 부질없음이라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으면 끝에 만감이 어지러워 오도가도 못해 울고 말리라 그 이치를 알거덜랑 아낌없이 주고 ..
200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