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다.(430)
-
그런 내 허송세월이었다.
마음이 제 맘대로이라면잠시 바람에 두어라댓살에 붙은 한지처럼홀로 떨고 울다마른 먼지 다 떨어져라툭툭툭 털고 열고 나가면한무리 날려가는 구름에허망한 웃음이 날 게다.손깍지 끼고무릎을 당겨 앉아내 그 빈가슴을 보듬어라그냥 아무것도 아닌세월이었다.다 지나고서야그렇게허망을 알게되는 것이다.좀 더사랑할 수 있었더라면만시지탄이 이런거였다.제 감옥을 지어서 가둔우둔함날 이렇게 만든 것이정작못다한 그리움이 아니라그런 내 허송세월이었다. 2025.05.15. 망고
2025.05.15 -
나는 슬프다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청춘.
간간이 비는 오고 흐린 날 우두커니라면을 먹다가울컥했다누가 끓여준 라면도 아니다내가 스스로 끓여서 먹는 라면이다.그런 라면에옛날 우리들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직장이고군대고계급장이 있는 데는 어디고 있었던실증적 슬픈 이야기다.어디 단합대회 같은 것이라도 가면여지없이 만만한 놈만 불러다네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다느니네가 라면을 제일 잘 끓이더라느니그거 진짜겠나진짜아니다사실 부장 지가 훨씬 더 잘끓인다.지도 그 집구석에서는 쫄다구니까아뭏든이게 무슨 슬픈 줄거리가 되냐고그런데 말이다사원대리도 성인이고 알 거 다 알거든이게 좋았겠나할 수 없이 하는 명령복종이었겠지명절이나 어쩌다 고향 내려가면어머니가 회사안부를 물어보신다.그러면부장인가 뭐 어떤 놈이든내가 끓이는 라면이 제일 맜있다고좋아한다고 말하면속없는 엄마는 ..
2025.05.03 -
마음을 돌리니 내것 있는 거도 있는 대로 고맙단 생각이 든다.
나는 내 못 가진 것을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내 가진 만큼만 밖으로 불평한다.없는 것을 뒤를 삼아 주절거리지는 않을 것남의 것 빌어먹는단 것이 불평할 일이겠나가진 것 많지 않다그러니 넉넉하지는 더욱 않다다만 부족하지만부모덕에 교육받고 나 노력한 만큼 모아서있는 만큼 가진 만큼 살아간다.너무 자기 포한의 변명들 구차히 하지마라먹고살기도 어렵던 그시절에도남들 반면 교육에 힘써주신 덕이 크지만나의 원래 태생도산골에 찢어지게 기난한 흙수저라면 그랬다.그러나점점 나아지는 것이 노력 아닌가자식이 부모보다 못하거나원래가 못한데다 더 못하다고 누구 탓인가부모는 자식을 위해 사는 거다자식을 잘 성장시키고 물러나는 것이야 말로세상 섭리이다.그리 않는 집구석은그저 남탓에 자손대대 불평불만만 일삼는다.어려울 때 조그만 기회도 ..
2025.05.01 -
나는 홀로 허공에 망연하게 마중을 섰는데.
까치둥지의 눈높이보다더 위쪽나의 보금자리창살없는 통유리 너머로눈동자 붉은 석양이 진다.까치가 귀소하는 하늘그기 길인가정처없이 허공에 머문다.돌아오시라 하면 오시나나는 홀로 먼눈으로망연하게 마중을 섰는데그기 길이 있을리 만무오려면 벌써 왔으려마는참 부질없는그래도나는이럴때면 눈시울이 붉다. 2025.03.26. 망고
2025.03.25 -
나도 날 모를세인데 왜 난 그대 모습 선한가.
하늘의 바람에 실려가는보이지 않는 시간투명한 세월이 여태가 몇해이며 몇날인가성인이 되고언젠가어디선가어느 꿈결에선가어느 피안에서 문득 그대가 내게 오시더니그랬다그래놓고졸지에 망연스레 홀연 아무 소식이 없었고난 무엇인가 의문의 실마리에 상심하였다.아파서자꾸 뒤돌아보며살려고 산다고 나는 그릭저럭 그 한가운데몸부림치며세상에 끼어서 까마득 한숨을 내쉴 때에도오직그 한 인연을 잊었던 듯이 살은 날이 없었다.그저 그 고통 달래기라도 할 참으로아마도 그대는황망한 처지로 그리 기별없이 돌아갔을지도그렇게내심 짐작에서 회한의 날을 달래며 살았다.그렇지 않고서야무슨 연유로 내게 이런 앙갚음을 하는가필연 한번 가면 영영인 곳이니 그랬을 것이다그렇게라도 묻어두자고아무리 그리워한 들이제 와서 돌아보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내 숱한 ..
2025.03.16 -
당신이 없는 이 파란의 한가운데서.
"이렇게도 사랑이 괴로울 줄 알았다면차라리당신만을 만나지나 말 것을......."처음에는 그랬다사별 그게 너무나도 황망해서 그랬다.그런데그게 아니었다그립고 사무친 추억으로 남아있잖은가사랑합니다외사랑당신이 없는 이 파란의 한가운데에서살아가자니그리운 순간들의 아리고 애달픈 각성들뼈저리게 보고시퍼서 그리버서혼로 외롭고 서럽기로살아가노라면 이마저도 행복인 것을요. 2023.03.15. 망고
202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