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곡(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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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라 누구라 설움이 없는가 그리움 모두가 서러운 것이다.
사람이 눈물을 보여야 슬픈가 슬퍼야 눈물을 흘리는가 퍼런 시레기국을 뭉글도도록 끓여놓고 참이슬 받아다가 속비치는 잔에 부어 혼자 이승을 돌아보노라면 초가삼간 소죽솥 그 여물 끓는 벽두새벽 아버지 생시가 너무도 그립다. 눈물없어도 슬프고 슬픈 것은 눈물없이도 서럽다. 여타라 누구라 설움이 없는가 그리움 모두가 서러운 것이다. 2023.10.05. 황작
2023.11.04 -
그까짓 심사사나운 거도 헛헛 버려버리고 훌훌 털고 오직 새맘을 준비하련다.
그까짓 심사사나운 거도 헛헛 버려버리고 훌훌 털고 오직 새맘을 준비하련다 호국원에 다녀왔다. 부자정리가 애틋하지는 않았으나 부쩍 아버지가 그립다. 비쩍 마른 한학자 꼬장꼬장 고고하시던 분 쌀 한톨 내자고 농자지대본하시던 그 분 달라도 너무 다르시던 내 아버지 그건 세대와 시대를 건너오는 풍랑이었으리라. 그립고 죄송하고 서럽고 한참이나 그냥 엎디어 있다가 왔다. 2023.03.22. 황작
2023.03.22 -
사람이 늙어가면 그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었든가.
나의 부친께서 작고하실 때에 그 촛점 없는 눈빛으로 힘없이 하신 말씀이 사무친다. 시골서 뼈가 빠지도록 등짐을 져날라 논을 사시고 층층 다랭이 논들을 고르셨던 그 억척스러우신 고생을 두고 "내가 미쳤지 뭘 할려고 그런 고생을......." 그러셨다. 그 말씀이 가슴을 짓누른다. 사람이 늙어가면 그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었든가 나도 이 나이 육십 넷 아직도 남의 돈을 벌어 쓴다니 내가 미쳤지 하셨던 그 끝의 아버지 말씀이 새겨와 사는 동안 내내 가슴을 찢는다. 2021.03.20. 황작
2021.03.20 -
그리움 죽을 때 까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두고 살련다.
아버지도 뵙고 싶고 숙부님도 뵙고 싶고 고립무원 외롭기는 더 서럽다. 막걸리 꼴랑 두병 마셨더니 그렇다 살 날이 살아갈 날이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란 지나버린 날들 나의 과거가 아닌가 안되겠더라 나는 그리운 것을 그것이 무엇이든 사는 날 누군 알려고 죽을 때 까지 그런 안타까움 그리움도 아직 오지않은 미래에 두고 살련다. 2021.03.19. 황작
2021.03.19 -
그립다 싶어 마주 선 저가 아버지를 참 많이도 닮았다.
사랑방 건고추 냄새가 난다. 놋화로의 화기에 벽지마른 특유의 내음이 가득하다. 광목 호청 솜이불 잘잘 끓는 아궁이 구들목의 사랑방 그기에는 늘 언제나 곶감 홍시가 있었고 시렁위에 아슬아슬 조청 꿀단지가 있었다. 댓살 창호지문 그림자들이 뚫고 들어와 생 식겁하는 꿈을 꾸고선 식은 땀 흘렸다. 그게 다 큰다고 그런거라고 하시던 아버지 말씀 이젠 허망한 창문으로 어느 중년이 글썽글썽 날 마주보고 섰다. 그립다 싶어 가만 저가 누구더라 아버지를 참 많이도 닮았다. 2020.11.08. 황작
2020.11.08 -
내 나이 예쉰둘에 아버지 그리워서 공허한 들판에는 잔상만 가득하다.
매미가 치쳐간다. 맹렬한 울음소리 가을로 접어든다. 바람도 달리 불고 느낌도 달라지고 하늘도 올라가고 먼산은 멀리갔다. 허전한 가슴속엔 외롭다 뵙고싶다 그리움 메워진다. 내나이 예쉰둘에 아버지 그리워서 공허한 들판에는 잔상만 가득하다. 2020.08.23. 황작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