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 싶어 마주 선 저가 아버지를 참 많이도 닮았다.

2020. 11. 8. 21:05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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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건고추 냄새가 난다.
놋화로의 화기에
벽지마른
특유의 내음이 가득하다.
광목 호청 솜이불
잘잘 끓는 아궁이 구들목의
사랑방 그기에는
늘 언제나
곶감 홍시가 있었고
시렁위에
아슬아슬
조청 꿀단지가 있었다.
댓살 창호지문 그림자들이
뚫고 들어와
생 식겁하는 꿈을 꾸고선
식은 땀 흘렸다.
그게 다 큰다고 그런거라고
하시던 아버지 말씀
이젠
허망한 창문으로
어느 중년이
글썽글썽 날 마주보고 섰다.
그립다 싶어
가만 저가 누구더라
아버지를 참 많이도 닮았다.

2020.11.08. 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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