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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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오래 못계시면 그 아린 기억들 어찌 잡고있나 그거 하나 두렵구나.
쭈구려서 제비꽃을 보다가 가만 엎디어 본다. 앉았다가 엎딘 거리 만큼이나 쌀밥 보리밥 놀이가 새록새록하다. 그때가 되려면 한여름 땡볕은 지나야 꼬투리 밥이 지어지겠지 그너머 가을엔 패랭이꽃도 좋았지 싸리씨 익어가는 늦가을 즘에 난 그만 다시금 아기가 될란다. 적어도 그만큼 시간은 있겠지 부디 시간을 주세요. 어머니 오래 못계시면 그 아린 기억들 어찌 잡고있나 그 하나 두렵구나 나 못난 것 너무나 한이 된다. 2023.03.19. 황작
2023.03.19 -
자식이 늙는 걸 보면 그게 얼마나 사무칠까.
착하기만한 무자수같은 제 아들을 살모사로 만들어 놓는 사리분별이 그러하면 세상이 아무리 순하라 하지만 지켜내기 힘들 것이다. 노노간의 갈등이 나 이렇게 죽을 텐데 너 어떡할 거냐 다그치는 데서는 성심이 나올 리가 없다. 자식이 늙는 걸 보면 그게 얼마나 사무칠까 조용히들 사시라 그것이 순리가 아닌가 어쩌란 건가. 2020.08.15. 황작
2020.06.15 -
혈연이라 이별이 슬플까 속절없고 구차하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다. 내 어머니 그리 정을 떼놓는 걸 보니 혈육의 이별이 슬플까 아니다 속절없고 구차하다. 혹여나 슬플까 했었지만 다행이다. 순리를 따르면 보이는 법 혈육지정도 이제 맺음이 있는 것인데 뭐하러 상심이 있겠는가 운명이라 해 순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에 온 것 뿐이다. 곱든 싫든 살으셨으니 무슨 영달을 노래하셨오. 서운하다 마세요 당신도 나도 다만 굴레요 홀연 그 윤회 인연이 다하였니 미련없오. 2020.06.07. 황작
2020.06.07 -
돌아서면 그만인데 이제는 가족도 그 범주다.
가족과 언쟁을 하고나니 언짢다. 이어질 말도 없다. 고립무언은 옛말 혼자가 편하고 불편한 말은 안받는 것이 좋다. 그러니 싫으면 싫다 해버리는 차라리 남이 낫다. 부모형제도 그만큼의 거리가 있기마련 남이야 돌아서면 그만인데 이 나락의 시대에서 가족도 이제는 그 범주다. 2020.06.05. 황작
2020.06.05 -
방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했는데
방아다리 밑에서 줏어왔다고 놀려 서럽게도 울려놓고 아랫목 애지중지 하시더니 자식이라 하신다. 약관 스물에 그 품을 떠났으니 객지 생활 멀고도 길었다. 정착하면 고향이라고 이제는 근처에 어머니를 모셔와 사는데 자주 찾아뵙지를 못하다 보니 생신도 다가오고 그 때가 또 어버이날 상간이라 별나게 어머니 생각이 난다. 여든다섯 연세 아직도 자네는 자네 생활해라 하시고 자립을 고집하신다. 자식이 변변잖으니 괜히 저러시는구나 생각하니 맘이 더 무겁다. 멀리 나들이는 힘들어 하시고 대부도라도 모시고 가서 좋아하시는 바지락칼국수라도 사드려야 겠다. 아직은 편모라도 계신다 이 다음 정말 예즉할 수 없는 이 다음 맘둘 곳 없는 고아가 되면 그 늙은 고아는 어떤 생각을 할까 다리밑에서 주워왔구나 할까. 2020.04.23. 황작
2020.04.23 -
어머닌 그말 뭐 좋으시다고 부러 하시는 건지.
한바탕 소란의 뒤안에서 몰아쉬는 숨 노환 인생이 그저 잠시 한바탕 야단법석이었다. 그렇게 가물대며 가픈 숨을 몰아쉬고 더 놀재도 그만 사레를 친다. 그걸 간간 주변에서 보자니 그러니 말이지 어느날 우리 모친께서 그만 가려네 이사람아 하시면 어떻게 놓아드려야 할지 벌써..
2020.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