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곡(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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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도 우리 부자의 연이 허망하긴 합니다.
이천의 호국원에를 한번 다녀올까 한다. 이승의 인연이 그기서 끊겼으니 혹인들 서로 통할까 잘 계시셨소 여쭈어나 볼란다. 그립다 보고싶다 그게 다 치레이고 사치이니 추념속에 기리는 것이리라 십년도 금방이구나 아버지 그리도 우리 부자의 연이 허망하긴 합니다. 2020.07.06. 황작
2020.07.06 -
그 아이의 유년 그 마당 그 감나무 사이 그 별빛이 그립다.
홀아비 꽃대는 길목을 지키고 노루귀 바람꽃에 기대 바람소리 들릴 듯 말 듯 새봄을 기다려 여름도 오고 더운 날이 왔다. 문을 열어두고 언뜻 모깃불 추억에 젖는다. 멍석위 둘레판 감자수제비 저녁을 먹으며 육십이 어린애가 됐다. 하지만 별의 별 생각에 그 아이의 유년 그 마당 감나무 사이 그 별빛이 너무 그립다. 그별은 아버지의 별이었나보다. 2020.06.09. 황작
2020.06.09 -
얼마나 그리우면 꿈에서 현실처럼 생생하다.
아카시아 흰초롱에 봄달빛이 어릴 때 멀리 외딴 초가에는 요령소리 딸랑딸랑 헛간에서 나온 그림자가 흐릿한 마당으로 혼령처럼 거닌다. 동구 밖 훤한 들판에는 여우가 건너 뛰고 부엉이 울음소리가 음산한데 도리짓꼬땡 투전판 놀음 가신 아버지는 감감 무소식 어머니 한숨은 깊고 난 단물 빠진 껌을 씹으며 이 눈치 저 눈치 그 시절 생각 하면 그때 어른 싸움에 가슴이 콱 막힌다. 지금도 긴가민가 그 날들이 아득한데 얼마나 그리우면 꿈속에서 아버지 생시의 우리 식구 오손도손 행복으로 각색되 현실처럼 생생하다. 2020.04.28. 황작
2020.04.28 -
아버지 제가 벌써 환갑이 넘었어요.
찻상 당겨서 놓고 다포 깔아놓고 찻잔 다구를 정갈하게 정돈해두고 다호 숙우 찻주전자 화로 사방 문 터놓고 문에는 죽발치고 호두 밤 잣 하다못해 볶은 땅콩 견과를 깨물고 문지방 개 앉혀놓고 너는 나는 도란도란 주절거리며 무릉도원 은자로 살다가 도마저 닦았으면 홀연하게 물러가서 한가로이 수작이나 놀자 싶다. 생시처럼 선명한 선친이 가신지 아직 10년도 멀었는데 아버지 제가 벌써 환갑이 넘었어요. 2020.04.14. 황작
2020.04.14 -
그기서는 아버지 계셨으니까.
달팽이도 바쁜 아침에 농수로 미꾸라지 한참 기어오르고 엊 저녁 나절 빗속에도 통발을 댄 머슴애는 쭈그러진 주전자 들고 미꾸리 털러 나섰다가 물꼬 댄 아버지 따라 돌아오는 길 미루나무 거랑가에서 국해물 씻어내고는 쪼르르 집 마당으로 달려든다. 머리수건 간지런히 묶은 ..
2019.12.04 -
가을 샛길 상심인가 겨울 마즘이 심란하다.
은행알 구린내도 익숙해진 가을 샛길 상심인가 겨울 마즘이 심란하다. 철새 가고 오는지라 못뵐 님 그립고 가실 님 못붙들아 불로장생 그런 것이 있더냐 부모자식이 얼마나 동거동숙 하더냐 나는 나이 들고 부모님 떠나시니 가을 마다 겨울 마다 내내 사무치고 내 앞날도 얼마나 ..
201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