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불(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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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이던 산정상이 운무에 흔적이 없다.
마주보이던 산정상이 운무에 흔적이 없다. 적시하는 관조는 관념을 넘는다. 있었는데도 없다며는 혜안 깊숙히 그 잔영이 그려진다. 모든 나툼이 그러하다 속세는 경험적 각인이라 하고 불계는 무요 공이요 하나로 각성이라 한다.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미련과 동요가 일지 않는 투영 원융윤회 그래도 여기 속세의 일이라 그건 그리움이 아닌가. 2023.04.29. 황작
2023.04.29 -
자기 측은이 세상 먼저 보시이다.
나는 지금 어디 사는가 남들은 어디 사는가 다들 그기들 사는 데서 산다. 어떻게 사는가 모두들 자기 사는대로 산다. 타인을 누구라 하는가 모두가 서로 각기로 하나이고 서로 다르고 남이며 궁극에는 무의미이다. 너는 너요 나는 나이고 시대와 공간을 살 뿐 스쳐가는 인연 아닌가 자기 측은이 세상 먼저 보시이다. 그것을 말하여 무요 공이요 부질없다. 2023.04.05. 황작
2023.04.05 -
인연을 버리면 원융인 것을 억지로는 본래로 돌리지 못하니.
망상 안한다. 될 일 하고싶은 일 그것 하기도 속절없는 시간 사람도 실패했으면 이제 버릴 때가 됐다. 하긴 내마음이 왜 아니 야단법썩이었겠나 그기에 연연하여서는 될 일이 아니고 하고싶은 일도 아니될 것이다. 오늘 차분히 아버지 유택에 다녀왔다. 내가 죽어도 너는 용서 못한다 그 한깊은 말씀 가슴을 후벼판다. 자잘못 그건 이제 사실직시이니까 그만 나도 대승의 길을 가련다. 인연을 버리면 원융인 것을 억지로 본래로 돌리지는 못하니 체념 비우고 처연히 돌아간다. 2023.03.22. 황작
2023.03.22 -
나는 존재인가 그림자인가.
그림자는 한발작도 떼어놓지 않고 과거도 오늘도 지금도 따라다닌다. 자기가 밟으면 내가 밟고 서로 하나가 되어 같은 곳을 밟으며 세상을 건너간다. 누웠으니 저도 눕고 이것이 존재이구나 그런데 빛이 없어지면 너는 어디에 있더냐 보이지 않아도 있을 터 존재하겠지 그렇다면 말이다 나는 존재고 너는 존재의 무엇이냐 아무려면 어떠냐 나의 한면인 것은 분명할 것이거늘 네가 있어 나인가 내가 있어 너인가 일체유심조 있다 없다는 정할 거도 없는 것이다. 생로병사 희노애락애오욕 그거도 분별이 있어 있는 것 경각을 모르면 있다 없다 하는 것을 너와 나 음과 양 상대성으로 존재할 뿐이다. 2023.03.21. 황작
2023.03.21 -
산에도 소리가 있으나 바람소리 뿐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산에도 소리가 있으나 바람소리 뿐 그기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소리를 삼키고 받아들일 뿐 내뱉지 않는다. 이심전심 묵언수행이란 다만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수용하면서 듣는 것이다. 산에의 소리는 산파하는 것이 아니라 관통 적멸되는 것이므로 이것이 공부요 이기일원이요 수행이라 실음에 깨달음인 것이다. 소리가 상쇠하여 무이니 형상도 물러나며 나투지 않으려 하고 저절로 내면이 고요하다. 2023.03.19. 황작
2023.03.19 -
희노애락환희고통도 지나면 무릇 잊혀지는 것이다.
산둘레길에 진달래가 피어났다. 만물이 깨어난다 꿩 비둘기 봄햇살 거닐고 개울물 지치는 비늘들 현란하니 실바람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 볕바른 쑥밭에 아지랑이 잔잔히 냉이꽃도 곱다. 겨울이 유난히 추웠어도 나는 몰랐다 희노애락환희고통도 지나면 무릇 잊혀지는 것이다. 봄에 있으면 봄을 살고 꽃이 피면 그 꽃을 즐기라 앞으로 살며는 얼마나 사는가 땅을 밟고 하늘을 이고 숨을 쉬는 것일 뿐 모두 같다. 전체 일체만물이 하나이어서 지나고 나면 무요 공이요 없는 것이다 무슨 소용이던가 바로 지금 그것이 좀 더 곱고 수월하기를 정진하여 마음을 쓸 일이다. 살아서 모든 공덕에 합장 일생 덕업공덕 고집멸도 적멸입적이니 생과 사 중에 찰나가 있을 뿐. 2023.03.19. 황작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