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불(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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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빗물이 흘러 윤회라니.
시절 가을에 비가 당차게 오신다. 저 빗물이 흘러 윤회라니 죄업짓지 말고 살아 잘 살아야지 제 구린내 감추려고 산다니 애석타 그러니 절간 해우소는 훌러덩 알궁덩이 다 보이도록 휭한 것을 이승에서의 업은 이승에서 죄다 갚고 가야지 저승까지 어찌 지고 가누 그토록 내려 놓으라 하더구만 귓구멍..
2011.09.29 -
마음 벼르기는 일직 공염불인 것이고.
평생 한마음 품었으나 무슨 명상을 한답시고 이 삼복더위에 머리속으로 얼음을 굽는다더냐 벌건 화두에 얼음이 탄다. 지글지글 헛탐을 굽는다. 가슴에다 끓는 빙수를 쏟아 목구멍부터 똥구멍까지 탄다. 뒤마렵다. 실갱이를 하던 방구도 뜨겁다. 냄새가 구리다. 눈일랑 질끈 감고 하지를 비틀어 앉았다..
2011.08.08 -
너의 본성을 스님께 여쭙더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란다. 본성을 설함이다.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이지 그럼 뭐라 할 참이더냐. 제 흉중에 답답함을 스님께 다른 답을 여쭙느니 마침 스님께서도 말씀을 내려 놓을 염(念)이 없으시니 대뜸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다 하셨겠다. 크게는 본성이 모두에서 하나이나 그 낱낱이 억겁을 두어 ..
2011.08.08 -
집착이 불짐같거늘.
어제 잣나무열매를 줏다가 살모사를 때려 잡고는 맘고생을 무겁게 했습니다. 당장 내게 해를 준 것도 아닌데 물불없이 살생을 불렀습니다. 저도 생명인 것을...... 행여나 누가 우연히 다칠까 내가 먼저 잡았다고 우기더라도 진정 이리 마음이 분산스러운지 청설모들이 던져 놓은 청과를 한봉지 줏어 ..
2011.08.04 -
가끔 희생이라고 하면 불편하다.
살신성인이 이타의 본위에서 스스로를 던져 희생하는 것이라면 삼가 숭고하기보다 극단적이리라 그 외 세상은 이분법적 상대성을 띤다. 족대에 걸린 물고기는 분명 잡는자의 음식이 되어 보시하지만 정작 잡힌 물고기의 생각은 어떨까 좋고 나쁨은 명백하게 대립한다. 일반적인 세세생생 윤회의 각..
2011.07.20 -
속세 구복이야 버리고 가세.
중층 산허리에서 보니 내가 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새 됐구만 고요이 묶어뒀던 심중이 바람에 나래 펴 도시를 본다. 높고 고질적이던 벽도 디딤돌 하나 만 못한 것을 저 세속에 묻혀서 아둥바둥 몸서리를 쳐댔다니 세간에 무슨 갈피가 많았던가. 꺼억꺼억 목 맥히는 숨소리 종지뼈 어긋나는 마디소리 ..
201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