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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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죽어야 보고싶은 사람이다.
아버지인 것을 알았을 때에는 소스라치게 슬펐다. 그러다 어느 날 또 죽어야 보고싶어지는 사람이 아버지인 것을 알았을 때는 목놓아 울음을 삼켰다. 아버지는 그림자 같다는 것을 알았을 때 드디어 지나치게 놀라서 그때부터 입을 닫았다. 그렇게 아버지는 여느 말이 없어도 외톨이로 살아가면서 이미 모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죽어야 보고싶은 사람이다. 어버이날 아버지가 보고싶다. 다 그럴거다 그러니 남자야 슬프다고 표내지 마라. 2022.05.02. 황작
2022.05.02 -
사람이 나이 먹어가면 자기 앉은 자리를 자꾸 치우게 된다.
사람이 나이 먹어가면 자기 앉은 자리를 자꾸 치우게 된다. 머리털 한올이라도 그게 눈에 그슬린다. 짐승도 제 끝을 알 때이면 자꾸 구석으로 숨는다. 모두가 추함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고서야 나이 먹고는 더 마뜩하고 청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본능을 알고 혼자 슬그머니 웃는다. 나도 체신머리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고운 삶이 쉽진 않아도 가까이 나마 내 아이들 앞에서 밉보이지는 않도록 살펴가며 살아야 겠다. 2022.04.15. 황자ㅡ
2022.04.15 -
그때사 그리워도 나는 연민을 정리하는 찰나이니 화두 하나는 가벼워질 것이다.
누구나 죽음이란 화두 하나는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거다. 아불사 또 하루가 갔구나 이렇게 세월만 가면 어찌하누 그때까지 나답게도 살아야지 생각할 여유도 살아가는 영문도 모르면서는 스스로 치레 한번 못해보고 죽는대서야 이 세상 너무 안타깝지 않을까 싶구나 얘들아 이제 나도 온전한 나의 삶을 살고 싶구나 너희도 나와는 별개일 것이니 서로의 시공간에서 무형의 경계가 생겨나고 범주와 영역이 상존할 것이다. 그렇게 멀어도 상관 없을 것이 아닐까 그때사 그리워도 나는 연민을 정리하는 찰나니 옴마니반메홈 집착고뇌 회자정리 돌아가는 회한에 화두 하난 가벼워 질 것이다. 홀연히 그렇게 살고싶었다 존재하지 않은 존재 같은 삶 바람의 삶을 떠날 차비를 한다. 2021.06.19. 황작
2021.06.19 -
오는 거도 가는 거도 정도 없으면서 진실로 원치 않습니다.
하얀 새우난이 이쁩니다.(새우난과 방울이) 기분이 꽤나 울적합니다. 사람과 사람 그게 혹여 혈연일지라도 연연하기 싫습니다. 체념하면 가볍습니다. 그것도 다 마음욕심이라 관계를 짓지 않으면 서운할 것도 없을 겁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 수록 제 할 바입니다. 부모자식 그런거 부질없습니다. 제 인생 스스로 건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칫 하면 간섭이고 속박인 것입니다. 자식은 그런 것입니다. 성인이 되면 관계가 끝난 것입니다. 끝내야 합니다. 자연의 새도 이소를 합니다. 그날로 관계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가 들어서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의 누구가 아닌 그저 한사람으로 독자 존재할 뿐입니다. 자식에게서 타박받지 말고 사세요. 서로 독립되어 거리를 두고 말입니다. 그러다 그런 정이야 생기든 말든 아니겠..
2021.06.08 -
다 죽지 않느냐 안스럽다 하물며 자식에 짐지우지 말라.
나는 아들이 되려고도 않았었고 나는 아버지가 되려고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되더니 이렇게 되었다 죽는 날이 다를 뿐이지 다 죽지 않느냐 안스럽다 하물며 자식에 짐지우지 말라 네 목숨이야 네 몫이 아니더냐. 2021.05.24. 황작
2021.05.24 -
세상이 갈수록 니것 내것 심해질터니.
밤 줍자고 산 가자는데 이제는 밤을 심어야 겠다. 조상이 심지 않으셨으면 내가 심어 너희에 줘야겠다. 그거라도 해놓으면 나 없는 훗날에도 할아버지 밤나무 숲이 되고 감나무 대추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오디나무 체리나무 호두나무 석류나무 모과나무 넘치게도 욕심이 생겨난다. 세상이 갈수록 니것 내것 심해질터니. 2020.09.19. 황작
2020.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