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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에 가면 났겠는데......
나는 지금 몹씨 아프다. 신들린 사람처럼 아니면 광기든가 태백에 가면 났겠는데...... 백설 산정을 돌아 나오는 바람으로 시커먼 하늘을 하햫게 행궈내는 경이로움 그 하얀 물맛은 묘약이고 용의 뿔과 같은 나목의 뼈다귀와 분간할 수 없는 수백 수천의 대간 준령 백사등이 휘감아 꿈틀대는 하늘 접경 ..
2009.12.22 -
세속 모두가 뼈저리게 아프다.
거꾸로 서서 쏟아지지 않는 바다를 딛고 유빙의 별을 본다. 차디찬 은회색 별빛을 보며 얼음 같은 결빙이 인간의 자아란 말인가. 세속에 깊은 바다가 있는 걸 미처 깨닫기 전에 얼어붙어 버린 사뭇힌 정 숫사자 같은 갈기를 쓰고 허세를 부리지만 진정한 용기가 없었다. 저도 저를 모를 가슴속 구멍으..
2009.12.21 -
꾸짖다 웃으시던 어머니......
새총나무 쥐똥 열렸다. 쥐똥나무 새총 버러졌다. 미운놈 저지레는 하루가 머다 않고 고쟁이 고무줄 싹뚝 잘라다 새총 가랭이에 묶어서 쥐똥이나 쏘고 다니며 방글방글 웃는 놈을 때려줄 수도 없고 나이 먹어 철들겠지 꾸짖다 웃으시던 어머니...... 2009. 12. 18. 황작 [새총나무=쥐똥나무] 시골 텃밭 울타..
2009.12.18 -
아버지 사십구제.
생강나무 꽃 피어 지바귀 앉거던 노란 귓볼에 나비 달아서 찌릇 녹는 햇살 아래에 아지랭이 잔뜩 지펴 춘심을 들려드리리라. 벌써 가신 어른 사십구제 이 겨울이 내게는 모질고 길기만 하여 어디고 마음 붙일 데 없으니 꼭꼭 숨어 부지한 후 봄오면 푸른 떼를 보살피며 시름을 달래리라. 2009. 12. 18. 황..
2009.12.18 -
어머니 일신평안을......
장독위 청수 한 그릇 떠 놓고 비나이다. 부정타지 않은 기운이 그릇에 담겨 둥글게 울린다. 우주를 품은 작은 원이 타래를 풀어 소원을 듣는다. 어머니 그 말씀대로 되었나요 아니 되었지요. 이 몸이 못나 송구한 마음 무거워 몇번을 깨어나 봅니다. 이제는 어머니 일신평안을 아들이 비나이다. 2009. 12. ..
2009.12.18 -
또 오라면 아니 올 거 면서......
또 오라면 올까 아니 올란다 그날 가는 날 다짐할란다 아니 오리라 육신이 없는데 뭘 오겠나 그래도 돌아 봐질까 아닐게다 사는 동안을 흡족하고 남기지 말어라 아쉬움이 부질없음이라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으면 끝에 만감이 어지러워 오도가도 못해 울고 말리라 그 이치를 알거덜랑 아낌없이 주고 ..
2009.12.18 -
노을에 성찬이라.
노을에 성찬이라 늙으막에 서산에 지는 해를 보며 손주들 안고 저녁상을 받아 느긋하게 씨레기 국에 밑반찬을 꼭꼭 씹는다. 익은 고기는 손주들 먹이고 기우는 해와 노을은 내가 갖고 약술 한종기에 더덕구이 안주라 이만하면 잠 잘오고 편하니 밤새 업어간들 어떨까. 2009. 12. 18. 황작
2009.12.18 -
나같은 풍신은 밤새도 강을 못건너네.
뱃머리에 물결이 노를 저어 강물이 배를 떠다미니 의중이 수중에 들어 달빛을 벗 삼아서 가슴속 술잔을 헹구어가고 독한 술도 순해져 먹고가면 가도 두고는 못간다 실랑이하다 나같은 풍신은 밤새도 강을 못건너네 강물 갓자리야 이쪽 저쪽 다 기다림이지 어디를 가야나 취한 강물아 뿌연 강변에 초..
2009.12.18 -
만남과 이별.
만남과 이별 노란 손수건 미루나무에 걸렸던 노란손수건 한닢이 마저 떨어지고 바람지나가는 자리가 비었다. 든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사람 자리는 안다더니 봄엔 햇살 눈부셔서 몰랐더니 여름엔 무성해서 몰랐더니 가을엔 색이 고와 몰랐더니 어느새 겨울 앙상한 가지들 마다 뼈마디가 측은하고 시..
2009.12.18 -
가장이 되서.
가장이 되서 코끝 찔러 애는 겨울새벽 헐벗은 영혼으로 간절하게 나서보지만 추위가 깊숙히 더 파고든다 다만 내 의지가 약해서 추운 것만은 아니리라 삶의 무게를 감당하다보니 욕심보다는 의무가 크다 계획보다 오기가 크다 이 추위를 허술한 울타리 하나에 의지한 채 정해진 만큼의 방식으로 살아..
200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