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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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타 하실까.
저가 글을 가다듬어 반질하게 닦은 놋그릇에 담아 아버지 제사를 모신다 이팝처럼 하얗고 순수한 아버지 사랑을 다 퍼먹고는 그저 서러운 빈공기를 올려 운다 되돌릴 수 없는 죄책감에 수저 한벌을 올려 둘 곳이 없고 마땅히 개반삽시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아직 내 눈물이 정화되지 못한 탓으로 드실..
2009.12.23 -
서럽다.
마른 풀이 쓰러져 묵나물이 되도록 푸석한 낙엽이 젖어 짠지가 되도록 한해의 끝은 지루하고 더디다 풀잎이 녹아 풀어져 억새가 삭아 뭉그러져 흔적이 다 없어져야 봄이 오겠지 너무나 힘든 한해이다 더욱이 말미에 아버지를 여의니 몸과 마음이 닥달을 하여 아프다 인생유전 이런 한해를 여든두해를..
2009.12.23 -
찌들어 겉돌고 있는 것을......
건조한 우기에 아주 무더운 혹한에 얼어터지는 무더위에 고요한 폭풍이 함께 일어나 심기 뒤집어져버린 혼란한 심경에 악이 받칠대로 바쳐 화가 뻐칠대로 뻐쳐 게거품이 튀며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성질 못이기고 가슴 쥐어짜고 각혈 받이를 하는 실성해버린 가난쟁이 들 전쟁통에 외팔이 갈고리 쇠..
2009.12.22 -
그대 사랑해요.
청상과부는 혼자 살지 않는다에 한표 홀애비는 늙어서도 혼자 살지 않는다에 아주 몰표 여자는 늙어서 혼자사는데 지장이 없다에도 몰표 홀애비는 늙어서도 혼자사는데 지장이 없다에 몰수표 가만히 생각하니 늙어 나는 어떡하나 생각에 별 희안한 생각을 해봤다. 그대 사랑해요. 2009. 12. 22. 황작
2009.12.22 -
영어를 아니까 참 좋다.
영어를 할 줄 몰랐던 무식한 나 메리 크리스마스는 개한테나 하는 인산 줄 알았다. 촌동네 개새끼는 죄다 메리가와 독구가 그리고 해피가문의 견공들이었으니까 독구 크리스마스는 왜 없겠는가 봐라 해피 뉴이어도 있잖아 지지리 영어개념이 박해서 대단하게 성공은 못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개새끼..
2009.12.22 -
보란듯이 더 외롭게......
내가 그대를 부르메 그대는 날 외면하였고 내가 그대를 쫓으메 그대는 날 달아나 버렸고 억수로 큰 그리움에 허연 허벅지를 붉게 찔렀고 이제사 잊을만 하여 신발을 조인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구경이라도 하려고 부질없이 또 생각이 나면 어느 기념을 곡괭이로 파버리더라도 저 생떼같은 나의 ..
2009.12.22 -
산이 좋아 불도장도 나중이네.
꾀를 내다가도 일년 이맘 때면 기필코 날카로운 갈퀴를 달고 백기를 든 곱사등 수리산 태을봉에 올라 사방 육십리 쯤 내다 본다. 다 보이지는 않으나 동, 동북에 청계산 관악산 저 끝 남쪽 수원넘어 광교산 서쪽 안산을 터버리고 시화호 서해 대부도 눈길 모두어 밟고 정복한 수리산 정상 안녕하세요 ..
2009.12.22 -
아무 실속 없는 삶의 무게만 지워.
내가 남겨 놓지 않은 것들이 나의 꼬리표를 달고 취조 하듯 우악스럽게 군다. 뭘 어쩌라구 그러는지...... 나는 여자가 되기 싫어 남자로 태어난 걸 후회한다. 이것도 내 탓인가 내가 어디서 왔는가 이것이 잘못인가. 안되는 것도 되는 것도 모두가 상관없는 내팔자란다. 정말 웃긴다. 내이름을 갈겨 내..
2009.12.22 -
용기.
사각거리는 겨울이 한뼘 부풀은 땅속에서 얼음집을 짓고 졸졸졸 조금씩 녹아 동치미 국물이 새어 나온다. 땅에 붙은 겨울풀이 한뼘깊이 터를 잡고 동장군에 가녀린 칼을 빼들어 칼바람 무색케 생명에 신념을 돋우고 있다. 나는 나약하면 안되 한뼘 부풀은 땅속에서 얼고 녹이고 죽어라 땅에 붙어 나는..
2009.12.22 -
태백에 가면 났겠는데......
나는 지금 몹씨 아프다. 신들린 사람처럼 아니면 광기든가 태백에 가면 났겠는데...... 백설 산정을 돌아 나오는 바람으로 시커먼 하늘을 하햫게 행궈내는 경이로움 그 하얀 물맛은 묘약이고 용의 뿔과 같은 나목의 뼈다귀와 분간할 수 없는 수백 수천의 대간 준령 백사등이 휘감아 꿈틀대는 하늘 접경 ..
2009.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