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전 국세청 차장님을 떠나 보내면서(Naver에서 발췌)

2015. 6. 19. 13:18숙부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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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웅 님!(前국세청 차장)매사 깔끔하시더니…'-
故 황수웅 前국세청 차장(세무법인가덕 회장)을 생각하며-
故 황수웅 前국세청 차장<세무법인가덕 회장>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식입니까. 아니 이렇게 황망하게 가셔도 되는 겁니까?

매사에 깔끔하시더니 저편으로 가시는 것마저도 이렇게 깔끔하게 떠나버리시는 겁니까.

인생의 오고 가는 것을 누가 감히 어찌할 수 있을까 마는, 애통한 소식을 접하고 보니 많은 감상이 스쳐지나갑니다.

새 천년이 열린다며 온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호들갑이던 1999년 6월, 대구지방국세청장에서 국세청 차장으로 발탁 되셨죠.

그 때 뜻 있는 사람들은 차기 국세청장으로 님을 유력한 인물로 꼽았습니다. 서열상 청장 다음이니까 당연하다는 점 보단 '동서화합' 기치를 내건 '국민의 정부'가 어쩌면 영남 출신인 님을 국세청장으로 기용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국세청 주변의 밑바닥 정서는 차기청장으로 님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인품이나 능력만 놓고 본다면 님이야말로 '청장깜'이라는 여론이 직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당시 정치상황과 권력 속성상 님이 국세청장이 된다는 것은 역시 불가능했습니다.

차장으로 발탁 된 지 1년 10여 일 만에 자진 퇴임을 하셨죠. 돌아가는 분위기나 여건이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구나'를 빨리 간파하신 것이지요. 돌이켜 보면 황수웅 님다운 명쾌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후, 님도 사람인지라 일말의 회한이 없었겠습니까마는 원망보다는 겸손으로 일관하셨습니다.‘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나에게는 과분하다. 주위분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정말 행운아다’-.

님의 그 말씀이 저에게는 왜 그리 쓸쓸하게 느껴졌을까요.'국세청장'이라는 정상 한 발짝 앞에서 내려온 사람이 님만은 아닌데 말입니다. 제가 님의 퇴임을 안타까워 한 것은 다름 아닌 '너무 아까워서'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30년 넘는 긴 세월동안 님을 객관적 위치에서 볼 수 있었던 제 마음속에도 '이런 사람이야말로 청장감이다'라는 관념이 은연중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싶네요.

시쳇말로 줄을 잘 섰는지 빽을 잘 썼는지는 몰라도 '깜'이 안 되는 사람들이 정상에 올랐다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오물만 뒤집어 쓴 채 줄행랑 친 일들을 보면서 님을 더 떠 올리게 되데요.

퇴임 후에도 공사석에서 가끔 마주치면 언제나 국세청을 걱정하셨죠. 정상 한발 앞에서 물러선 아쉬움이 있을 법 한데도, 님은 언제나 국세청 편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국세청 명예를 더럽히고 있을 적에도 그때마다 님은 '그래도 국세청만한 데가 없다'고 앞장서서 방패를 치셨죠.

"서형! 세정신문은 국세청을 잘 봐 줘야 됩니다. 누구보다 국세청의 진면목을 잘 알지 않습니까"-. 님의 그 애증어린 '압력'이 새삼 귓가에 쟁쟁합니다. 

지금 한 번 생각해 봅니다. 

황수웅 님!, 님이야 말로 진정한 '국세청장'이셨습니다. 그리고 바람직스런 공직자상이란 어떤 것인 지를 후배들에게 오롯히 남겨 주셨습니다. 그 발자취는 훗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되리라 믿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매정스럽게 떠나신건 정말 너무하셨습니다. 어디 편찮으신데가 있다거나 예고 한 번 없이 말입니다. 참 섭섭합니다. 님의 그 인정미 넘치는 잔잔한 미소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십시오.

<2015년 3월 19일 저녁,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 故 황수웅 前국세청 차장 빈소에서>

서채규<본지 주간-편집국장>


세정신문  

입력 : 2015-03-20 17:20:25

출처 : 이시돌의 놀이 터
글쓴이 : 석등(石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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