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인사.

2009. 9. 30. 10:12별꼴 반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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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금 물을 퍼 마셨다.

시원하다.

소갈이 가라 앉고

산은 소리없이 고요하다.

새똥 떨어진 바위에

자잘한 열매들이 모여있다.

그다지 추접겠나

행궈서 입안에 넣는다.

떫다.

다시 물 한모금 마신다.

아까보다 물맛이 더 좋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샘가를 말끔히 쓸어 놓았다.

나는 할일이 없다.

심호흡 몇번 하고

발길을 돌린다.

참좋다.

사람들은 게을러서 일까

그 무료한 일을 왜 하냐고 한다.

사람 생각이야 다 다르겠지만

미련한 사람들 같다.

잠좀 더 자는 것

낮에 모여앉아

미주알 고주알 같은 푸념들

간섭이나 하려하고

대체 한심하다 싶은데

되려

이 좋은 걸음을 홀대한다.

산을 내려오며

누군지 나보다 먼저 와서

깨끗이 치워놓은 사람이 누굴까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데

"안녕 하세요."

"조심해서 내려 가세요."

우린 모르는 사람이다.

얼마나 정겨운가.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가.

내가 즐거우면

남도 즐거운 것이다.

 

2009. 9. 30. 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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