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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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날의 기억입니다.
호롱불 아래 책받침 받쳐 눌러 쓴 볼품없는 글씨 더러운 게시고무 이거 일본말입니다. 시커멓게 종이를 물어 뜯어 시대를 짐작할 걸작이다. 그기 이렇게 쓰여졌다. 우리엄마는 어디 있을까 왜 대리러 오시지 않으실까 나중엔 제법 철이 들긴 했나 다리밑에 버리고간 엄마가 오죽 못살아서 그럴까 우쨌..
2010.03.03 -
삶도 대물림입니다.
술국 한 그릇을 해치웠더니 정수리서 부터 땀이 내리 쏟는다. 이 기름기 넘치는 세월에 뭘한다고 골았는지 눈이 침침해져 온다. 내 어머님 어제 한 말씀 후 오늘 심기 불편하신지 찬바람이 휭 지나간다. 되는데로 살지 뭐 한갖지게 말씀 하시지만 삶도 대물림입니다. 당신만 편히 사시다 고이 가신다면..
2010.02.23 -
이 못된놈......
머리털 하나라도 다치면 안되는 나인데 애지중지 금지옥엽 나인데 공도 없다 어물어 빠진 자식이다. 신통치 못한 자식이다. 오늘 하루 종일 골머리 매질 할 참이다. 어머니가 보고싶다. 잔 짜증이 난다. 못사는 것도 아닐 터 무슨 짐이 이리도 많은 지 책임이 힘겹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큰 죄이다. 창..
2010.02.03 -
얼마나 분이 나는지.......
반쪽 어머니 퇴원일인데 세상에 박혀버린 몸을 빼내지 못하여 분만 삭이고 있지요. 작년 아버지 작고하시고 홀로되신 어머니 냉수에 밥만 드시는 황망함으로 혼자 고향으로 내려 가셨다가 하늘을 이고 계시기가 어지러우셨던 지 넘어지셔서 가슴뼈를 다치셨다. 무슨 변고인가 말이다 모래 이월 오일..
2010.02.03 -
목마르지 않는 봄이 왔으면......
애를 써봐도 더 뱉어내지 못하는 깡마른 겨울나무 달콤한 고로쇠 물도 계곡의 찬물도 한모금이 소중한 때이다. 어떤 봄이 올지는 몰라도 한껏 빨아들일 목마르지 않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 빌어본다. 늙으면 혼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한기에 홀로 되신 어머니가 걱정이다. 당신은 이제 더 뱉어내지 못하..
2010.01.22 -
울 어머니 정수리 길.
꼭두새벽 보리쌀 한말 이고 삼십리길 목이 빠질겝니다 그래야 고무신 고등어 한 손 벼라별 고생 중에 울 어머니 정수리 길 목이 눌려 꾸불은 허리 무슨 수로 펴드려요 자꾸 옛 생각만 납니다 멀고도 먼 그길을 왜 이리 빨리 오셨나요 밤낮 걱정은 세월만 야속하네요 잘 신고 잘 먹고 잘 입고 잘 큰 것이..
201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