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히 가시옵소서.

2010. 3. 12. 16:01허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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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세상으로 나설 때

어두웠나

훤하게 밝았나

눈감고 찾는 것

눈뜨고 찾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었더냐

무념무상

색즉시공을

눈뜨며 잃었나니

세상사 이치는

오직

눈감아야 빈손인 것을

여기 저기

스님으로 목메이는 것은

분간 아닌지요.

슬퍼 뭐하지요.

때가 되 가보면 알 것을

하늘도 슬퍼

멀쩡하던 날이

이리 어둡고 구슬픕니다.

바람이 이내 붑니다.

가시는 길 활활 태워

수월히 가시옵소서.

 

 

2010. 3. 12.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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