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2010. 3. 11. 16:56허공불

728x90

스님 복 많다.

가져갈 것 없어 사유가 없고

수행이고 뭐고

가는 마당에 부산떨지 말라 하시니

우리사 우러러 뵐 뿐이고

중이

스님이지

뭐라 불러 올리리까

그래도 입적 사리는 남으시니

아무것도

아무래도 말라시면

어디다

어찌 모시고 기릴까요.

후반들이야 이만저만 고심이 되겠네요.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공수래공수거

입적야.

 

2010. 3. 11.에

2010-03-11 13:55 2010-03-11 16:23 여성 | 남성



1990년 12월 송광사 사진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은 베스트셀러가 된 에세이 '무소유'처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다 무소유로 돌아간 수행자다.

"무슨 제왕이라고 세상 떠들썩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또 사리를 줍는다고 재를 뒤적이는가.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 수의도 만들 필요 없다. 내가 입던 승복 그대로 입혀서. 내가 즐겨 눕던 작은 대나무 침상에 뉘여 그대로 화장해 달라. 나 죽은 다음에 시줏돈 걷어서 거창한 탑 같은 것 세우지 말고, 어떤 비본질적인 행위로도 죽은 뒤의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사석에서 스님이 평소 가까이 지내는 이에게 당부한 말이다. 스님은 잿빛 가사에 어울리는 청빈과 끊임없는 수행을 강조해 왔고, 그래서 더 맑고 향기로운 삶이었다.

1956년 출가한 스님은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등 몇 차례 소임을 맡은 것을 빼면 종단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명리와는 담을 쌓은 수행자의 본분을 지켜왔다. 1975년 중 노릇을 제대로 하겠다며 전남 순천시 송광사 뒤편에 있는 작은 암자 불일암에서 수행을 시작했고, 외부 손님을 사양해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1992년에는 전기도 없는 강원 산골의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겼다.

"불일암은 전기라도 들어왔는데 현재 있는 곳은 전기가 없어 처음 산골 오두막에 들어왔을 때는 어찌나 불편한지. 내가 얼마나 편한 생활에 길들여졌는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1993년 5월 동아일보 인터뷰에 스님이 남긴 말이다.

공교롭게도 스님의 법명이 바깥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세속 세계와 거리를 두기 위해 불일암에 들어간 뒤였다. 이곳에서 '무소유'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소리' '산방한담' 등 정갈하면서도 맑은 목소리를 담은 책들이 나왔다. 글과 말은 물론 이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삶을 실천해 불교계뿐 아니라 각계의 존경을 받았다.




스님의 글쓰기는 수행의 일환이자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포교의 한 방편이었다. 스님은 2003년 산중 수행자이면서 왜 신문 칼럼과 글을 쓰냐는 질문에 해인사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일화로 답했다.

"해인사 장경각 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려오면서 팔만대장경이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내려오신 곳에 있다고 하자 할머니는 '아, 그 빨래판 같은 거요'라고 했습니다. …불교가 옛것만 답습하고 제도권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팔만대장경 말씀도 한낱 빨래판 같은 것에 불과합니다."

스님은 1994년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설립한 뒤 1996년 요정이었던 서울 성북동 대원각을 시주 받아 이듬해 길상사를 개원했다. 이후 길상사는 맑고 청빈한 도심 도량으로 자리 잡았고 천주교, 개신교 등 타 종교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종교 화해와 나눔의 장이 됐다. 2009년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길상사를 찾는 등 각별한 교분을 나누기도 했다.

스님은 종교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면 추상같이 목소리를 높였고, 자신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무거운 죽비를 내리쳤다. 화장지를 절반으로 잘라 쓰고, 선물을 쌌던 포장지에 글을 썼다. 심지어 길상사에도 자신의 거처를 두지 않았다. 법회에 참석한 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곧바로 강원 산골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스님은 법문과 글을 통해 무소유야말로 바로 진정한 행복임을 강조했다.

"겉으로만 수행자 차림을 하고 속으로는 돈이나 명예를 생각한다면 그는 누가 보아도 결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불자가 아니라 가사 입은 도둑입니다." 2007년 10월 길상사 정기법회에서 수행 풍토의 타락을 비판한 스님의 일갈이다.

말벗이 될 수 있는 몇 권의 책, 입이 출출하거나 무료해지려고 할 때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삶에 탄력을 주는 음악,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2008년 10월 길상사 법회에서 밝힌 스님의 소박한 행복이다.

스님은 입적하기 몇 해 전부터 지병으로 건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시종일관 삶 역시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순간순간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 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순간 마음먹게 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