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내 가슴 속절없이 앓으며 늙어가는 것이 아닐까.

2022. 7. 10. 12:46별꼴 반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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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 실루엣

채소 뜯기도 끝이 났고
감자 캐기도 끝이 났고
옥수수
강냉이 꺾을 차례 됐다.
쇠비름
비름도 모르면서
밭에 나온 허당
밀집모자 허수아비씨
그게 글쎄
아는 것도 모자라서
그게 더 행복해뵈는
그게 도리어
그렇게 여유가 되어있는
내가 남저럼
강건너 불구경 하듯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무심으로 숨어들은
유유자적 은자이다.
누군고 하니
머잖아서
그게
나일 것이라 싶다.
바람 내려오는 산에
한줄기 소나기도
묻어 온다.
장때비면 어떠랴
우장에
도롱이를 걸쳐지고
물고랑이나 살피면서
이 비난리에
행여 누가 오시지는 않나
마중이나 나설 것을
그런 그리움도
못가졌다면
참으로 쓸쓸할 일이지
불러도
올 사람은 없어도
기다림이란 무상
일상에는 한가지 일이지
어느 그날도
그렇게
내가슴
속절없이 앓으며
늙어 가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이 작정이다
외로움
그리움
그것도
많이 연습을 해두자
이 여름을 그리 보낸다.

2022.07.10. 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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