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천천히 감싸며 갑시다.

2012. 6. 24. 14:23별꼴 반쪽 글.

728x90

여기로 오세요.

여기서 삽시다.

이만저만 풍족합니다.

메꽃이 반들한 산골 마당

촉촉히 내린 이슬

굵은 토룡 한마리 몸 비틀고

방긋 산넘어

울타리를 걸쳐들어오는 햇살

장닭의 분주한 활개짓

살구

자두를 쪼아내는 까치떼

앵두나무 사이로 벌레를 잡는

참새무리

저것들 다

훠이하면 혼비백산 날아가는

여린 것들

그런 장난을 치며

고무신 코젖은 발끝으로

이랑을 밟아

두어그루 감자를 파오는

서두를 것이라고는 없는

주어진 양

시간도 내것이고

여유도 내것이고

아침상 차린대로 내것이고

살아서

둘이

하늘이 내린 그 시간까지

마주보며

또박또박

천천히 감싸며 갑시다.

 

2012. 6. 24. 황작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