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0. 09:41ㆍ나는 나이다.
우렁이가 말라비틀어져 사망하였다.
논도랑
가뭄의 화로속
느림
그 미련함은 그렇게 죽음이 되었다.
그래도
미꾸리
미꾸라지는 어디론가
냇가로 강으로 피했을 것이다.
뜨거운 햇볕 목구멍 마른 매미는
떨어져
마른 땅바닥에 뒤집어져 죽었다.
어디선가 새까맣게 몰려온
개미들 밥이 되었다.
멋모르고 길가로 나온 독사는
장대에 맞아죽었다.
미루나무집 까치의 공짜 식사가
되었다.
장독대 숨었다 떠죽은 개구리는
구더기 사육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 때 그 여렸던 나는 살아남았다.
내고향 경북 월성군 내남면 현동리
산딸기 무른 그 여름의 시작도
어느듯
마굿간 숨소리 거칠어진 한여름
강냉이 수염이 늙어간다.
그러니
이 여름이면
원두막에 수박참외 생각이라고.......
물외 오이라면 몰라도
뭘 모르는 소리
우물 냉수 퍼다가 볶은 보릿가루
사카린을 풀고 휘휘 저어 한사발
그걸 미숫가루라면
미숫가루라고는 하겠지만
요즘 얘기와는 다른 물질이었다.
수박
참외
토마토
복숭아
자두
그런 흔한 과일도
추석에나 한쪼가리 맛을 보던 시절
그래서
산열매나
찐강냉이 삶은 감자의 기억이 전부다.
그시절
저수짓가 무덤에 소나무 도래솔
그 그늘과 떼장 잔디
그기를 두쪽 달랑거리며 내달려
열길 수직 낭떠러지를 풀쩍 뛰어
물놀이 하던 추억
창포 내음 물신한 물가 잠자리들
미땅 풀숲 풀벌레들
큰개미 작은 개미 군대들
동공을 맴도는 새소리
직사로 내리쬐던 태양의 현기증이
코마를 일으키던 짜릿한 기억
나는
지금 그 여름과 같이 있는 느낌이다.
최면된 가사상태에서
아름답고 그립고 애틋한 모습을 본다.
엊그제 같은데 왜 눈물이 나니
그 기억이
잊혀져도 다 잊혀진 것이 아니었다.
그게 나였으니까
아마도
차마
나는 나를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2022.07.10. 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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