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사발을 만들었다.

2009. 10. 6. 11:01별꼴 반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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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사발을 만들었다.

묵 솥에 무수히 터져나오는 분화구

400원 더주고 산

땟갈도 곱고 고급스런 고무장갑을

끼고 무작정 저었다.

튀거나 말거나

작년에 뜨거워서 잘 못 저었더니

누룽지가 되더라.

탄내도 꼬시하게 나고

그래서 맛을 버려 묵도 버렸었다.

알아야 반장 하는 거다.

묵장사 할 거는 아니라도

도토리 줍는다고 모기 뜯기고 땀흘린

생각하니 팔이 빠져도 저어야 한다.

그다음은 우짜지?

그냥 묵사발을 만들어버렸다.

찬물 좌악 부어 식히니

어 묵됐네......

묵사발을 만들었다.

내 힘으로 무언가 했다는 흐뭇한 미소

저절로 이죽희죽 웃음이 난다.

흥분된다.

참 처절하게 묵사발을 만들었다.

 

2009. 10. 6. 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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