幼年

2007. 1. 22. 07:38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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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꼬리 까맣게 길어지고

침 묻은 몽당 연필도 무뎌져 간다.

오가는 인기척에 툇마루 개 짖고

우사에 든 가축 들 밤잠 뒤척인다.

하얀 달무리 미루나무에 걸렷다 넘어오고

감나무 그림자엔 할머니 이야기 감쳐 돈다.

뒷산 참솔가지엔 부엉이 기척하고

겁먹은 산 짐승들 엎드려 밤이 무시하다.

재 너머 산 비알의 죽은 자 무덤에선

인불이 춤을 추어 잠든이의 혼을 뺀다.

고요한 산개울은 바람 소리에 묻히고

소심한 작은 짐승들 살금살금 내려온다.

초가지붕 처마 끝을 파고들던 텃새들

뒷 울 댓 숲에서 국국 울던 멧비둘기

짬짬이 떠오르는 잠재의 기억들이

이젠 씨리 듯 아픈 추억이 됐다.

 

2004. 1. 5. 黃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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