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다.

나는 슬프다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청춘.

mysparrow 2025. 5. 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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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비는 오고 흐린 날 우두커니

라면을 먹다가

울컥했다

누가 끓여준 라면도 아니다

내가 스스로 끓여서 먹는 라면이다.

그런 라면에

옛날 우리들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직장이고

군대고

계급장이 있는 데는 어디고 있었던

실증적 슬픈 이야기다.

어디 단합대회 같은 것이라도 가면

여지없이 만만한 놈만 불러다

네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다느니

네가 라면을 제일 잘 끓이더라느니

그거 진짜겠나

진짜

아니다

사실 부장 지가 훨씬 더 잘끓인다.

지도 그 집구석에서는 쫄다구니까

아뭏든

이게 무슨 슬픈 줄거리가 되냐고

그런데 말이다

사원

대리도 성인이고 알 거 다 알거든

이게 좋았겠나

할 수 없이 하는 명령복종이었겠지

명절이나 어쩌다 고향 내려가면

어머니가 회사안부를 물어보신다.

그러면

부장인가 뭐 어떤 놈이든

내가 끓이는 라면이 제일 맜있다고

좋아한다고 말하면

속없는 엄마는 그걸 그대로

동네방네에 자랑하고 다니셨다는

그게 그거냐 좋은 거냐구

순진한 엄마는 자식을 두번 울렸다.

슬프지

나는 슬프다.

어떤 추억도 카타르시스

어쨌든 지나니 그 슬픔이 아름답다.

청춘들아 적응 잘해라

그런 시절도 금방 가버린다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청춘.

 

2025.05.03.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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