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다.

흐려져가는 초로의 노안에 멀리 풍경도 허망하다. 그것도 한소절 그리움이나 되려나.

mysparrow 2024. 9. 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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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 자욱한 무명 하늘에

수리산 산머리 올라서 있고

그 뒤로

무덥던 여름을 돌려놓고

가랑비 몰고오는 가을바람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이나이

이순과 고희가 다 되도록

때마다

어서 가라 했고

어서 오라 했었지

이제 또

오라했으니

가라하지 않아도 갈 가을

흐려져가는 초로의 노안에

멀리 풍경도 허망하다.

오래 간직했던 기억들이

한소절 그리움이나 되려나

그것도 그저 잠시 꿈이다만

그 별것이 없어보이는 여정도

힘들었었든가

그래도

고이 간직하는 좋은 날들도

있었잖은가

그러니

남은 날들은 보채지 말고

알뜰살뜰 소중히 살아야지.

 

2024.09.20.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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