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다.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가난은 불행이 아니라 내맘 고운 추억이었다.
mysparrow
2022. 3. 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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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을 옮겨와 심고
장독대 곱던
종가집 뒷뜰을 생각한다.
대나무숲 빗자루 쓸리는 소리
황매화 흐드러진 고택
자갈 깔린 장독대
배불뚝이 옹기 항아리
이끼낀 우물
세월 묵은 대청마루
청석 섬돌
짱돌 삐져나온 토담
늙어 해묵은 굴뚝
부엌과 샛문
구수한 밥냄새
세상 모르는 아이에게
종택의 푸근하고 아늑함이랄까
그렇게도 살갑던 우리 종가집
체면도 모르고 철도 없이
막둥이라고
귀타고
맛난 반찬 흰밥이 먹고싶어
짠지 한입 먹고싶어
목구멍에 끌리어
나들던 그 어린 시절에 풍경
아픈 기억이
이맘때이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6.25 직후 그때라서
어느집이고
곡식이나
계란이라도 흔했던가
그시절 어느집이라 넉넉했는가
그토록 가난한 시절에 대한
아련한 애증 슬픔이랄까
작고하신 종가집 큰형수님이 그립다.
침묻혀 짠지 찢어주시던 속정
원초적 그리움이랄까.
가난했지만
물질 그것을 몰랐던 그 행복에
그때 눈에 익은 꽃을 보면
그 소중한 기억이 사라질세라
머언 애착을 가져다가 모은다.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가난은
불행이 아니라
내맘 고운 추억이었다.
2022.03.25. 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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